수출 가이드12분 읽기

수출 계약서 핵심 조항 7가지 — 분쟁을 예방하는 영문 계약 검토 포인트

한국 중소·중견기업이 해외 바이어와 영문 수출 계약서를 작성할 때 반드시 점검해야 하는 7가지 핵심 조항을, 유엔 국제물품매매계약협약(CISG), ICC 인코텀즈 2020, KOTRA 표준계약서를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Pitchr 편집팀
#수출#계약서#국제계약#CISG#분쟁해결#준거법#해외 바이어

해외 바이어와 처음 거래를 시작할 때, 한국 중소·중견기업이 가장 자주 부딪히는 문제는 계약서 자체보다 "계약서를 어떻게 검토할지 모르는 것" 입니다. 바이어가 제시한 영문 PO(Purchase Order)나 Sales Contract를 그대로 서명하거나, 반대로 본인 양식만 고집하다가 거래가 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은 한국 기업이 영문 수출 계약서를 작성·검토할 때 반드시 점검해야 하는 7가지 핵심 조항을, 다음 1차 자료를 기준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 CISG — 유엔 국제물품매매계약협약 (1980), 한국·미국·중국·일본 등 90개국 이상 가입
  • Incoterms 2020 — 국제상업회의소(ICC)가 발간한 거래 조건 규칙
  • ICC Model International Sale Contract — ICC가 공개한 국제 매매 계약 표준안
  • KOTRA 해외시장 표준계약서 가이드

본 글은 일반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별 거래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계약 체결·분쟁 시에는 국제거래 전문 변호사 또는 KOTRA·대한상사중재원의 자문을 받는 것을 권합니다.

시작하기 전에 — CISG가 자동 적용된다는 사실

대부분의 한국 수출자가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한국은 2005년 CISG에 가입했고, 계약 당사자 양국이 모두 CISG 가입국이면 별도의 명시 없이도 CISG가 자동 적용됩니다(CISG 제1조).

이는 다음을 의미합니다.

  • 한국 ↔ 미국·중국·일본·독일·프랑스 등 주요 교역 상대국과의 매매 계약에는 CISG가 기본 적용됨
  • 계약서에 "준거법은 한국법" 이라고 써도, CISG가 한국법의 일부로 취급되어 우선 적용될 수 있음
  • CISG 적용을 원치 않으면 계약서에 "This contract shall not be governed by the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Contracts for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 (CISG)" 라고 명시적으로 배제해야 함(CISG 제6조)

CISG는 매매 당사자에게 비교적 균형 잡힌 규칙을 제공하므로, 한국 중소기업 입장에서 일부러 배제할 이유는 많지 않습니다. 다만 CISG가 적용되는지, 배제되는지 자체를 의식하고 계약을 검토해야 합니다.

핵심 조항 1 — 물품 명세 (Description of Goods)

가장 기본적이지만 분쟁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조항입니다.

다음 다섯 가지가 명확해야 합니다.

  1. 품목명 — 일반명이 아니라 모델명·품번 단위까지
  2. 수량 — 단위(EA, set, kg, m)와 함께
  3. 품질·규격 — 사양서, 도면, 샘플 번호, 인증(CE, FCC, KC 등)
  4. 포장 사양 — 내포장·외포장·팔레트 단위
  5. 원산지Made in Korea 표기 여부

CISG 제35조는 "물품은 계약상 약정한 수량·품질·종류에 부합하고, 포장도 약정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약정이 모호하면 분쟁 시 "통상의 용도에 적합한 정도"로 해석되어, 수출자가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실무 권고: 사양서·도면·샘플은 별도 부속서(Annex/Exhibit)로 첨부하고, 계약 본문에서 as per Annex A 식으로 참조하세요. 이메일로 합의된 사양 변경은 반드시 정식 변경계약(Amendment)으로 문서화합니다.

핵심 조항 2 — 가격과 결제 조건 (Price & Payment Terms)

가격은 단순히 단가만이 아니라 다음을 모두 포함해야 합니다.

  • 단가와 통화USD 12.50/unit (통화 명시 필수)
  • 인코텀즈 조건FOB Busan, Incoterms 2020
  • 총액수량 변동 시 처리 방식
  • 결제 방법 — T/T, L/C, D/P, D/A, O/A 중 어느 것
  • 결제 시기 — 30% 선급, 70% B/L copy 후 등 단계별 명시
  • 연체 이자 — 일/월 단위 비율, 통화

수출 결제 조건의 종류와 위험 차이는 별도 글에서 다뤘으니 함께 참고하세요. 인코텀즈는 Incoterms 2020 가이드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자주 빠지는 항목: 통화. Price: 12.50 per unit 처럼 통화 표기가 빠진 계약서가 의외로 많습니다. 환율 분쟁의 직접 원인입니다.

CISG 제55조: 가격이 명시되거나 산정 가능하지 않으면, 계약 체결 당시 같은 종류 물품이 통상 거래되던 가격으로 추정합니다. 즉 가격 모호 시 수출자가 시장가 산정 부담을 떠안을 수 있습니다.

핵심 조항 3 — 인도 조건 (Delivery)

다음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 인도 장소 — 인코텀즈 조건과 일치하는 정확한 지점(Port of Busan, Korea)
  • 인도 시기 — 단일 날짜인지, 기간인지(on or before 30 June 2026 vs during May 2026)
  • 분할 인도(Partial Shipment) 허용 여부
  • 환적(Transshipment) 허용 여부
  • 선적 지연 시 처리 — 책임 한도, 면책 사유

CISG 제33조: 인도 시기가 단일 날짜로 약정되면 그 날짜에, 기간으로 약정되면 그 기간 중 매도인이 정하는 시점에 인도해야 합니다(상황상 매수인이 정해야 하는 것이 명확하지 않다면).

자주 빠지는 항목: 분할 인도. 한 번에 5,000개를 출고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계약상 분할 인도가 허용되지 않으면 계약 위반이 됩니다. Partial shipment allowed 한 줄을 명시해야 합니다.

핵심 조항 4 — 검사·하자담보 (Inspection & Warranty)

  • 선적 전 검사(PSI, Pre-Shipment Inspection) 의무 여부와 비용 부담
  • 인수 검사 기간 — 도착 후 며칠 이내 통지
  • 하자 통지 기한 — CISG 제39조는 "합리적 기간 내, 늦어도 인도일로부터 2년 이내" 통지를 요구
  • 품질 보증(Warranty) 기간과 보증 범위
  • 하자 시 구제 수단 — 수리, 교체, 감액, 환급

CISG 제39조 — 하자 통지 의무: 매수인이 하자를 발견했거나 발견했어야 할 시점부터 합리적 기간 내에 매도인에게 하자의 성질을 명시하여 통지하지 않으면, 그 하자에 대한 권리를 상실합니다. 늦어도 인도일로부터 2년 내에는 통지해야 합니다(계약상 별도 보증 기간이 없는 한).

자주 빠지는 항목: 인수 검사 기간. "인수 후 며칠 이내 하자 통지"가 없으면 바이어가 6개월 후에 하자를 통지해도 분쟁의 여지가 생깁니다. 명시적으로 within 14 days after arrival at the destination port 같은 기한을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핵심 조항 5 — 지식재산권 (Intellectual Property)

OEM/ODM 거래일수록 결정적인 조항입니다.

  • 상표·디자인 권리 귀속 — 누가 보유하는가
  • 금형·도면 권리 — 매도인 제공 도면을 매수인이 다른 공장에 넘겨도 되는가
  • 제3자 IP 침해 면책 — 매수인이 제공한 디자인이 제3자 권리를 침해할 때의 책임
  • 기술 정보 비밀 유지 — 별도 NDA가 있어도 계약서 내 재확인

CISG 제42조: 매도인은 인도하는 물품이 제3자의 권리(특히 산업재산권 또는 기타 지식재산권)에 기한 청구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을 보장합니다. 단, 이는 매도인이 그러한 권리에 대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 한합니다.

한국 중소기업이 자주 놓치는 것: 바이어가 제공한 도면대로 만들었는데 그 도면이 타사의 디자인권을 침해한 경우. 이 책임을 누가 지는지를 계약에 명시하지 않으면 수출자가 손해배상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Buyer shall indemnify Seller against any third-party IP claims arising from designs/specifications provided by Buyer 같은 면책 조항을 권합니다.

핵심 조항 6 — 불가항력 (Force Majeure)

전쟁, 자연재해, 팬데믹, 정부 명령, 항만 폐쇄 등 당사자 통제 밖의 사유로 의무 이행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을 다룹니다.

  • 불가항력 사유의 범위 — 열거 + 포괄 조항
  • 통지 의무 — 발생 후 며칠 이내, 어떤 방식으로
  • 이행 정지 기간계약 해지권 발생 시점
  • 증명 책임 — 누가 어떤 자료로 입증하는가

CISG 제79조: 당사자는 통제할 수 없는 장애로 인해 의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된 경우, 그 장애가 계약 체결 당시 합리적으로 고려할 수 없었거나 회피·극복할 수 없었던 것이라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다만 의무 이행에서 면책될 뿐 계약 해지·대금 지급 의무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ICC가 공개한 Force Majeure 표준 조항(2020년 개정판)을 참조 인용하는 방법이 가장 안전합니다. ICC 사이트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핵심 조항 7 — 준거법과 분쟁 해결 (Governing Law & Dispute Resolution)

가장 마지막에 적히지만 가장 중요한 조항입니다.

7-1. 준거법 (Governing Law)

  • 한국법 / 영국법 / 뉴욕주법 / 싱가포르법 등 어느 나라 법으로 해석할지
  • CISG 적용·배제 명시 여부

일반적 권고: 한국 수출자라면 한국법이 익숙해 유리할 수 있지만, 바이어가 강하게 거부하면 중립적 법(영국법, 싱가포르법, 뉴욕주법) 을 선택하는 것이 둘 다에게 받아들여지기 쉽습니다.

7-2. 분쟁해결 — 소송 vs 중재

대부분의 국제 매매 계약은 중재(Arbitration) 를 선택합니다. 외국 법원 판결은 다른 나라에서 집행이 어렵지만, 뉴욕협약(1958) 에 따라 중재 판정은 170개국 이상에서 집행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주요 중재 기관:

  • KCAB International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센터) — 한국 서울
  • ICC International Court of Arbitration — 프랑스 파리
  • SIAC (Singapore International Arbitration Centre) — 싱가포르
  • HKIAC (Hong Kong International Arbitration Centre) — 홍콩
  • LCIA (London Court of International Arbitration) — 영국 런던

한국 중소기업 입장의 일반적 권고:

  • 거래 규모가 작고 상대가 한국과 무역 거래가 많은 국가라면 KCAB 추천 (한국어/한국 중재인 활용 가능, 비용 낮음)
  • 거래 규모가 크거나 상대가 KCAB을 거부하면 SIAC 가 절충안으로 합의되기 쉬움 (중립지, 평판 높음, 영어 절차)
  • 절대 피해야 하는 패턴: 상대국 법원에서의 일반 소송 (집행·언어·비용 모두 불리)

7-3. 중재 조항 작성 — 표준 문구 그대로 사용

각 중재 기관이 권고하는 모델 중재 조항(Model Arbitration Clause) 을 그대로 인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자체 작성 조항은 모호성으로 인해 무효가 되거나 절차 지연의 원인이 됩니다.

KCAB 모델 조항 예시(공식 권고문):

"Any dispute arising out of or in connection with this contract, including any question regarding its existence, validity or termination, shall be referred to and finally resolved by arbitration in Seoul in accordance with the International Arbitration Rules of the Korean Commercial Arbitration Board."

SIAC, ICC, HKIAC 모두 비슷한 형식의 모델 조항을 공식 사이트에서 무료로 제공합니다.

추가 점검 — 자주 빠지는 보조 조항

위 7가지 외에 다음 조항도 가능하면 포함하세요.

  • Entire Agreement (완결합의) — "본 계약이 양 당사자 간 합의의 전부이며, 이전의 모든 구두·서면 합의를 대체한다"
  • Amendment (변경) — 변경은 양 당사자의 서면 서명에 의해서만 유효
  • Severability (가분성) — 특정 조항이 무효라도 나머지 조항은 유효
  • Notices (통지) — 통지의 방법(이메일, 등기우편)과 발신 주소
  • Language (언어) — 영문본과 국문본이 충돌할 때 어느 쪽이 우선
  • Assignment (양도) — 계약상 권리·의무 양도 가능 여부

한국 수출자를 위한 사전 점검표

영문 수출 계약서를 받았을 때 또는 보낼 때 다음 항목을 점검하세요.

  1. CISG 적용 여부가 의식적으로 결정되어 있는가
  2. 물품 명세가 사양서·도면 부속서로 명확한가
  3. 가격에 통화·인코텀즈·결제 시기가 모두 들어 있는가
  4. 인도 시기·분할 인도 가능 여부가 적혀 있는가
  5. 하자 통지 기한이 구체적인가 (CISG 기본 2년만 믿지 말고)
  6. IP 면책 조항이 OEM/ODM 거래에 맞춰 들어 있는가
  7. 불가항력 조항에 ICC 표준 또는 명확한 사유 열거가 있는가
  8. 준거법이 명시되어 있는가
  9. 분쟁해결이 중재 기관·장소·언어·규칙까지 명시되어 있는가
  10. 계약서가 영문 단일본인지, 국문/영문 병기인지, 충돌 시 어느 쪽이 우선인지

마무리 — 표준 양식을 출발점으로

처음부터 완벽한 계약서를 만드는 건 어렵습니다. 다음 표준 양식을 출발점으로 활용하세요.

  • ICC Model International Sale Contract — ICC 사이트에서 유료로 구매 가능, 50페이지 분량의 균형 잡힌 표준안
  • KOTRA 해외시장 진출 표준계약서 — KOTRA 사이트에서 무료, 한국 수출자 관점에서 작성됨
  • 각 중재기관의 모델 중재 조항 — KCAB, SIAC, ICC 사이트에서 무료

큰 거래는 국제거래 전문 변호사의 검토가 비용 대비 가장 확실한 보호 수단입니다. 작은 거래라도 위 7가지 조항이 빠지지 않았는지만 점검하면 분쟁 발생 시 협상력이 크게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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